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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헬스조선 건강칼럼] 올림픽과 대장건강 날짜 2013.04.24 11:24
글쓴이 운영자 조회 2265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 황대용 교수

 

올림픽과 대장건강

-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런던올림픽 때문에 요즘 전 국민이 잠을 설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수영영웅 박태환 선수는 400 미터 예선에서 탐탁지 않은 실격에 이은 번복판정 등으로 부담감이 컸을 것임에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나이에 큰 시련을 극복하고, 금메달보다 더 값진 은메달을 얻게 되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그럼 수영선수인 박태환 선수의 식단은 어떨까? 얼마 전 박태환 선수의 식사에 대해 취재한 것을 볼 기회가 있었다. 내가 보기에 섭취하는 양은 꽤 많은 데 비해, 일반인들이 먹는 식단과 구성에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우리 몸이 즉시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는 주로 탄수화물이 그 역할을 하게 되고, 지구력은 단백질이 그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박태환 선수는 단백질도 꽤 섭취하고, 빵이나 밥 등의 탄수화물 역시 상당히 섭취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몬주익의 영웅인 마라토너 황영조 선수는, 그 당시 경기 전 식단을 공개한 적이 있다. 황영조 선수는 경기 일주일 전부터 단백질을 배 안에 거의 차곡차곡 채우듯이 먹고, 후반 사흘 동안은 순간적인 에너지를 분출하여 활용하기 위한 탄수화물 섭취에 주력한다고 하였다.

암 치료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의 이와 같은 음식 섭취 등 체력을 유지하려는 방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장암 환자들은 음식 문제에서 다른 암환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정보에 노출되게 된다. 하지만 그 정보들이 과연 모두 다 믿을 만한 것인가? 남편이 대장암 진단을 받는 순간 부인은 가족의 식단에서 고기반찬을 모두 빼 버린다. 소위 풀 위주의 채식 식단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실상 이런 변화는 수술 전에 더 큰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즉 대장암 때문에 장이 좁아진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장이 막히게 되는, 소위 응급상태인 장 폐쇄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면 수술 전에는 소화가 잘 되게 조리한 단백질 및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그리고 필요하다면 대변을 무르게 만드는 약 처방이 필요하다.

대장암 유발요인 중 음식연관 요소 중 하나가 고지방인데, 이것은 고기 그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백질의 좋은 공급원 중 하나인 고기는 수술 후의 상처회복이나 항암제 치료 동안 백혈구 등 면역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고기에서 기름기가 많은 부위, 소위 값이 비싸고 맛있는 부위는 상대적으로 지방이 더 많으므로 가능한 이런 부분을 덜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량은, 고기의 양으로 쳐서 약 60그램 정도인데, 약 2배 정도까지의 섭취는 우리 몸에서 모두 연소하게 되므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우리나라 음식점의 고기 일 인분 양이 공교롭게도 약 120그램 정도이므로,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의 양은 고기로 치면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다음으로 포도당에 관한 속설인데, 암세포가 포도당을 좋아하므로 포도당 주사나 우리 몸에서 포도당으로 바로 변환되는 탄수화물은 암세포를 자라게 하므로 이를 절대 주사하거나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포도당은 우리 몸 세포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따라서 암을 퇴치하는 일도 좋지만 우리 몸이 생존할 수 없게 된다면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대장암 치료에서 수술과 그 이후 이어지는 항암제 치료는 운동으로 비유하자면 수영과 같은 중단거리 경주이고, 그 이후의 관리는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경주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 과정이나 그 이후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골고루 충분히 섭취하여야 암을 잘 이겨낼 수 있겠다.

여느 때와 같이 일요일 아침에 회진을 도는데 대장암 수술 후 수차례에 걸쳐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60대 후반 여자 환자가 밝은 얼굴로 먼저 말을 건넨다.
“컨디션이 아주 좋습니다. 어제 우리나라와 영국의 축구 경기 보았는데 너무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아니 그러면 밤을 꼬박 새우셨겠네요?”
“네, 그래도 지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치료과정에서 보아왔던 그 환자의 얼굴 중, 전혀 피곤함이 보이지 않는 제일 밝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암 치료에서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일 이외에도, 좋은 경험을 하고 행복을 느끼는 그 자체는 결국 우리 삶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내 환자에게, 그리고 모든 국민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선물하고 있는 우리나라 모든 선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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