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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헬스조선 건강칼럼] 간병하는 배우자의 대장 건강도 챙겨야! 날짜 2013.04.24 11:13
글쓴이 운영자 조회 2311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 황대용 교수

 

간병하는 배우자의 대장 건강도 챙겨야

-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60대 남자 환자가 외부병원에서 에스결장암(구불결장암)으로 진단받고 수술을 위해 외래를 방문하였다. 공교롭게도 그 환자의 누나 역시 4년 전에 나에게서 대장암 수술을 받은 경우였다. 입원하여 수술이 바로 내일인데 자녀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좀 만났으면 하였다. 
 
이유인즉 환자의 부인이자 자녀의 모친이 이번에 다른 병원에서 건강 검진프로그램을 통해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 조직검사결과가 나왔는데 대장암으로 나왔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실제 위치도 부부가 에스결장(구불결장)으로 유사하였고, CT 등 엑스레이 영상에서 암의 진행 정도 역시 유사해 보였다. 
 
그동안 대장암으로 발견된 부부를 같이 치료한 경우가 꽤 여러 있었지만 이렇게 대장암이 동시에 부부에게서 발견된 경우는 처음이었다. 문제는 간병 때문에 동시에 수술할 것인지, 아니면 따로 할 것인지 하는 의학 외적인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런 때 병원에서는 2인실을 부부가 같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어 실제 같은 병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므로 별로 문제 될 일은 없었으나, 문제는 과연 누가 간병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대개 남편이 환자면 부인이 간병을 하지만 부인이 환자면 남편이 간호하는 경우보다는 자식들, 특히 딸들이 그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을 많이 목격해왔다. 결국 가족회의 결과 남편이 먼저 부인의 간병을 받아 수술을 먼저 받고, 남편이 퇴원할 즈음 부인이 다시 입원해서 수술을 받기로 하여 일이 진행되었다. 두 사람 모두 수술 후 합병증 없이 잘 회복되어 예정된 일정에 모든 수술일정을 완료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최종 수술 조직검사결과 역시 두 사람 모두 같은 병기로 나와 현재 부부가 같이 외래를 통하여 보조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경우에서 시사하는 바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부부가 약 20~30년간 같이 지내다 보면 생활습관이나 식생활이 유사하게 된다는 점에서, 대장암은 그 발생에 환경요인이 어느 정도 관여할 것이란 간접적인 증거가 된다.

실제로 대장암은 발병요인으로 알려진 고지방식이와  예방요인으로 알려진 운동이 이들 부부의 대장암 발병에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누나가 먼저 대장암으로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유전요인 역시 관여하였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장암을 비롯한 거의 모든 암이 아직도 그 발생원인을 정확히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식생활습관만으로 대장암을 예방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대장암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암의 전 단계인 대장 용종(폴립)을 제거함으로써 대장암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우리 병원 대장암센터는 2주 마다 환자와 보호자를 포함하여 누구든지 대장암에 관해 의료진들과 같이 서로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인 정담회(情談會) 시간이 있다. 요즘은 이 시간에 이러한 점을 강조해서 얘기하다 보니, 평생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보지 않았던 환자의 배우자들이 환자의 강력한 권유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게 되고, 따라서 그동안 본인도 몰랐던 대장 용종을 제거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로 환자가 모든 치료 후 퇴원 직전에는 간병을 하던 배우자가 대개 병원에 머물게 되는데, 이때 배우자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게 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왜냐하면 관장약을 병원에 머물면서 복용하게 되니 관장 약 복용 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의문점을 곧바로 의료진에게 물어볼 수 있고, 복용 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바로 대처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한 다음날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환자가 퇴원하는 날에 같이 귀가할 수 있어서 현재 우리는 이러한 방법을 환자와 보호자께 추천해 드리고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회진을 돌다 보면 자신의 남편 혹은 부인을 간병하며 고생 하는 많은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 배우자가 건강해야 향후 서로를 더 잘 돌보고, 더 많은 시간 동안 서로 같이 행복을 누릴 수 있으므로 이제는 간병하는 배우자의 대장 건강도 같이 챙길 줄 아는 세심한 배려를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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