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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헬스조선 건강칼럼] 나로호와 로봇수술 날짜 2013.05.13 16:51
글쓴이 운영자 조회 2373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 황대용 교수

 

나로호와 로봇수술

-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1997년 어느 날,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유럽 사이에 위성을 통한 역사적인 원격 화상회의가 열렸다. 필자는 당시 클리블랜드 클리닉 대장외과에 대장암 연구로 장기연수 중이었는데 마침 그 화상회의를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화상회의에서는 필자의 눈을 의심 할 만큼 무척 놀랄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환자는 유럽의 한 병원의 수술대 위에 마취되어 누워있고, 시술하는 의사는 미국에서 위성을 통해 유럽에 있는 환자에게 복강경 담낭 절제수술을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것이었다. 미국에 있는 외과의사의 눈을 통한 복강경 기구의 움직임이, 시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유럽에 있는 환자에게 그대로 전달이 되다니, 정말 꿈 같은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러한 개념의 수술방법은 이후 여러 학회에서 발표가 되었는데 수술하는 의사와 멀리 떨어진 곳의 환자를 위성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수술을 할 수 있는, “원거리 무선 원격조정 수술”의 발전이었다. 실제 이런 방법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전쟁터이다. 즉 총상으로 다친 군인을 위생병이 로봇수술기구가 준비된 특수 수술 차량에 옮겨 마취를 하고, 수술기구를 외과의사가 원하는 환자의 위치에 장착한다. 이렇게 되면 의사는 전쟁터가 아닌 본토에서 위성을 통해 수술을 시행하는 일이 가능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물론 이는 우주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도 이용이 가능한 개념이다.

 

당시 다빈치와 제우스라 불리는 근거리에서 유선으로 원격 조정되는 로봇수술기구와 카메라 조절장치의 실험도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수행되고 있었다. 필자는 당시 그 곳 병원에서 대장암을 연구하고 있었지만 또한 외과의사라는 이유로 해서 그 모델들을 테스트 해 보고 문제점들을 보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약 3-4미터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수술기구를 화면을 통해 보면서, 우리가 수술에서 기본적으로 실시하는, 기구를 이용한 실 매듭을 만드는 일을 다빈치와 제우스라는 로봇기구를 이용하여 테스트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3개의 매듭을 만드는데 약 2-3시간이 소요되었으나 횟수를 거듭할수록 속도가 점점 더 붙고 기구 조작에 익숙해져 갔다. 당시 기구를 조작하는 레버의 모양은 자전거의 브레이크 손잡이와 같은 모양으로 집게처럼 되어 있어서 이 테스트를 완료하고 나면 손아귀가 무척 아프고 피곤하여 이런 점들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당시 제출하였던 기억이 난다.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2002년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로봇수술기구를 이용하여 처음으로 심장수술에 적용하였다는 기사를 병원발간 잡지를 통해 동문인 필자에게 알려왔다.

 

이것은 엄밀히 얘기하면 로봇자체가 스스로 능동적으로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뱃속에 카메라와 로봇기구를 넣고 외과의사는 기구들 옆에서 기구들을 조작하는 콘솔에 앉아, 유선으로 연결된 원격조정 장치를 이용하여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현재의 수술방법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로봇수술은 엄밀히 말해 “근거리 유선 원격조정 로봇 보조수술”이라는 말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라 하겠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 기구들보다 로봇수술기구 팔의 움직임이 좀더 자유스럽다는 점과 손 떨림이 보정된다는 점 및 수술 시야의 확대 등이 장점인 반면, 복강경 수술에서 단점으로 지적되는 촉감이 전달되지 않아 로봇기구의 힘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며, 수술 중간에 기구를 다시 장착하거나 장기를 견인해 주고 지혈클립을 사용하는 일등 수술의 일정부분은 숙달된 조수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단점들이 있다.

 

또한 카메라의 해상도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수술을 할 때는 이러한 해상도 문제뿐 아니라 시야 자체가 사람의 눈보다 넓지 못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카메라 후방부분의 문제를 전혀 감지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비용이 너무 고가인 것도 그 사용에 큰 걸림돌 중 하나이다.

 

우리는 아마 어떤 나라보다도 가장 많은 로봇수술기계를 수입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이미 많은 여러 가지 수술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이나 병원들은 우리나라를 로봇수술 강국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우리 스스로 개발한 것이 아닌 이미 개발된 기존의 기계를 구입하여 이용만 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도구 사용의 한계와 로봇기계 회사의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 기술력이 없는 어떤 국가의 국민들이 스마트폰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한다고 해서 그 나라를 스마트폰 강국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필자가 미국에 장기연수로 있던 시절인 1997년도에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을 방문한 일본 의사는 복강경 수술과 로봇수술기구의 단점인 수술자의 촉감을 개발하는 일을 일본 최대의 로봇회사와 게이오대학이 산학협동으로 이미 당시에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비디오를 통해 보여준 적이 있다. 또한 인체의 소장도 볼 수 있게 만든 캡슐내시경 등을 포함한 소형로봇과 나노로봇 기술은 이스라엘이 세계 최대 기술 강국이다.

 

얼마 전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로켓발사의 중요한 원천기술을 우리가 100% 확보하지 못한 경우라면 이번 발사가 완벽한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는 논란이 있는 듯하다. 로봇수술기계나 기술의 발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되짚어보고, 아직은 무척 힘들고 요원해 보이지만 로봇수술의 진정한 강국이 되기 위한 원천기술능력 개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건강칼럼 원문보기 http://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73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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