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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헬스조선 건강칼럼] 대장암 수술 직후 나쁜 음식 날짜 2013.05.13 16:24
글쓴이 운영자 조회 14821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 황대용 교수

 

대장암 수술 직후 나쁜 음식

-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다른 병원에서 대장암 절제 수술을 받고 별다른 후유증 없이 퇴원했던 60대 남자가 퇴원 2주 만에 우리 병원 응급실로 실려왔다.  응급실 오기 며칠 전부터 가스가 잘 나오지 않고 점점 배가 불러오더니 구토를 심하게 하고 복통을 견디지 못하여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응급실에서 복부 청진을 하였더니 장 운동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으며 배가 전체적으로 팽만 되어있었다. 복부 엑스레이 촬영을 하였더니 정상적인 복부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아야 하는 소장이 보이고 소장에 액체가 고여있는 모습을 보여 전형적인 장 폐쇄로 판단하고 입원시켜 이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였다.

 환자에게 대장암 수술 후 퇴원하고 집에서 무엇을 먹었는가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처음 몇 일간은 죽과 밥을 번갈아 먹다가 속이 편해진 것 같아 평소 좋아하던 떡을 먹었는데 그 이후 심한 복통이 발생하였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경우를 수술 후 가끔씩 보게 되는데, 이는 수술 후 장이 완전히 제 기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찰진 음식을 먹게 되어 발생하는 현상으로 시쳇말로 급체가 일어난 것이다.

 수술 후 장 운동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찰진 음식들은 장을 막히게 하여 환자를 매우 힘들게 만든다.  찰진 음식 중 대표적인 것이 찹쌀로 만든 떡인데 이는 우리나라 어르신들께서 아침식사 대신으로 잘 드시는 음식이기도 하다. 또 다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찰진 음식 중 하나는 김밥이다. 김밥 역시 밥을 아주 단단하게 말아서 만들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겠다.

 그럼 수술 후 장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 조심해야 할 음식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크게 보자면 이와 같이 찰진 음식과 날 음식, 그리고 찬 음식이 그것들이다. 평소 이런 음식들은 수술을 전혀 받지 않은 건강한 사람조차도 소화력이 좀 떨어진 경우에 탈이 나기 쉬운 음식들이다.

 날 음식의 대표격은 회 종류들이다. 회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손님에게 회를 비교적 조금밖에 주지 않는 이유가, 회 자체가 고가이기도 하지만 비교적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을 덜 주고자 하는 주방장의 배려(?)이기도 하다는 우리들 만의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익히지 않은 음식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 화식(火食)이라고 모두 소화가 잘 될까?  꼭 그렇지 않다.  화식 중에서 고기를 불에 직접 구운, 즉 직화구이 보다는 푹 삶은 수육형태가 소화가 더 잘 된다는 것 역시 우리 모두가 살아오면서 체험한 바 있다. 이는 직화구이 때가 수육형태보다 고기가 겉만 익고 속은 덜 익힌 형태로 변하여 좀 더 질기게 변하는데, 실제로 우리 환자 중에도 대장암 수술 후 직화구이 고기를 먹고 장이 막힌 경우가 있었다.

 찬 음식의 대표격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냉면이다. 찬 음식은 그 자체로 장 운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장 운동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는 장 건강에 매우 좋지 않은 음식이다. 또한 물냉면의 경우 육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 신선도와 위생상태가 조금만 변질되어도 균이 잘 자랄 수 있는 아주 좋은 배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장암 수술 직후에는 가급적 피해야 할 음식 중 하나이다.

 그리고 우리의 주식인 밥의 경우, 환자의 건강을 생각한다고 퇴원 후 바로 잡곡밥이나 현미밥을 먹게 하는데 이 역시 장 폐쇄를 유발 할 수 있다. 잡곡밥이나 현미밥은 도정이 덜 된 상태의 거친 음식이기 때문에 소화력이 좋아야 우리 몸에서 그나마 흡수를 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대장암 수술 후 장 운동이 회복이 덜 된 환자 몸에 들어가게 되면, 소화에 부담이 되어 장 폐쇄를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수술 후 먹는 밥의 경우는 약간 질게 지어진 흰 쌀밥이 가장 소화가 잘 된다.

 우리 대장암센터는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가스가 나오고 식사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우리 병원 영양팀과 협의하여 만든 ‘대장수술 후 식이’라는 고유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위에 열거한 찰 지고 날것이며 찬 음식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섬유질이 너무 많은 나물종류도 제한하며 유제품 역시 제한한 식사이다. 그런 가운데 모든 음식을 익혀서 만들고 따뜻한 상태에서 소화가 가장 잘 될 수 있도록 하고, 영양분을 균형 있게 골고루 섞어서 만든 식단인 것이다.

 유제품의 경우, 선천적으로 우리나라 사람 약 8-90%가 유당분해효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술 직후 섭취하게 되면 심한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수술 후에 나물 등 너무 섬유질이 많은 음식도 주의해야 한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수술 직후 많이 먹는 경우, 장 내로 수분을 너무 많이 끌어들여 장이 급속히 팽창되어 음식물이 잘 내려가지 않아서 그 자체로도 장 폐쇄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럼 수술 후 어느 기간까지 이런 주의를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기간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수술 후 약 한 두 달 정도까지는 이런 음식들을 피하도록 환자에게 교육을 하고 퇴원시킨다.

 대장암 수술 후에는, 환자가 복강경 수술이던 개복수술을 받았던 간에, 건강한 사람에게 몸에 좋은 음식이 수술 후 환자에게 꼭 좋은 음식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 그래야 환자가 수술 후 소화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장 폐쇄와 같은 고통을 덜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건강칼럼 원문보기 http://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72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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