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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헬스조선 건강칼럼] 직장암, 치료법의 진화 날짜 2013.06.18 15:24
글쓴이 운영자 조회 2467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 황대용 교수

 

직장암, 치료법의 진화경험

-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60대 초반의 주부가 필자 외래로 찾아왔다. 환자는 2년 전부터 항문 가려움증(소양증)이 있어서 그때마다 소금물에 좌욕을 하곤 하였는데, 외국여행을 할 때에도 이러한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해 여행용품에 소금을 꼭 소지하고 다녔다 한다. 환자의 오빠들도 모두 치핵 병력이 있어서 치료받은 것을 알고 있는 환자는, 본인 역시 가끔씩 혈변을 보기는 했지만 치핵 가족력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한다. 하지만 이후 변을 더 자주 보게 되고 평소에는 잘 뀌지 않던 방귀도 잦아져서 몸에 이상이 있지 않나 생각하던 중, 혈변을 본 것이 남편에게 발각되어 남편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은 것이다.
 
환자는 동네 일차 병원에서 진찰과 검사를 한 결과 항문근처에 3.5cm정도 크기의 직장암이 발견되어 필자에게 암 치료를 위해 전원이 된 경우이었다. 외래에서 환자 항문에 손을 넣어보니 항문에서 약 3-4cm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직장암의 하단부위가 만져졌다.
 
먼저 직장암이 확실한지 조직검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CT와 직장 MRI를 촬영하여 암의 진행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였다. 검사결과 직장암이 직장벽 전체를 침범하여 골반과 가깝게 인접하여 있었고, 직장암 주위 림프절들이 4개 이상 커져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하지만 다른 장기에 암 전이는 보이지 않았다.
 
필자는 검사결과들을 종합하여 환자에게 수술 전 직장암에 대한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권하였다. 그런데 환자와 남편은 검사를 받는 동안, 어디서 들었는지 이 병은 항문을 없앨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모두 무척 어두운 표정들이었다.
 
우선 환자와 남편에게 수술 전 방사선 치료의 장점과 단점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을 하였다. 즉 지금과 같은 정도의 중하부 직장암(직장을 상 중 하로 나누어 중부와 하부를 뜻함)의 경우, 다른 부분의 암 전이가 없다면 수술 전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먼저하고 수술 받는 것이 치료 성적이 좋고, 만약 혹의 크기가 줄어들게 되면 항문을 보존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등, 여러 장단점들에 대해 충분히 얘기하였더니 두 사람 모두 흔쾌히 이 치료법을 따르기로 동의하였다.
 
치료는 약 5~6주 간 주말을 제외한 매일, 방사선 치료를 25회 정도 받고 중간에 항암제 주사를 맞는 것으로,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나서 약 6주 정도 지난 뒤 다시 검사를 하여 수술 직전에 직장암의 변화를 보기로 하였다.
 
즉 처음 방사선 치료 시작부터 수술까지는 약 3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다. 놀랍게도 이러한 치료 후 수술 전 검사에서는 처음에 보였던 직장암의 흔적은 거의 다 사라지고, 직장 주위 림프절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바로 수술을 진행하였는데, 항문을 보존할 수 있었고 수술로 떼어낸 직장조직에서는 암 세포가 발견되지 않고 흔적만 보이는 상태로 조직검사결과가 나왔다. 이 경우는 우리가 통상 완전관해라는 표현을 쓰는 암 조직이 다 없어진 형태의 치료가 된 것이다.
 
필자는 항문을 보존하는 수술을 할 때, 수술 전 방사선 치료로 인한 직장 연결부위 치유문제(실제 방사선 치료 자체는 상처 치유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로 만드는 임시 장루도 만들지 않는데, 이 환자 역시 수술 당시 임시 장루를 만들지 않았다. 환자는 수술 후 별다른 합병증 없이 잘 회복되어 수술 후 약 일주일 만에 퇴원하게 되었다. 환자와 남편은 퇴원하는 날 필자와 모두 힘차게 악수를 나누었는데, 치료와 수술 기간 동안 두 사람 모두 그렇게 환하고 기쁜 얼굴을 한 것을 그 동안 본 적이 없었다.
 
이와 같이 항문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진행된 직장암의 경우는 수술 전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이러한 치료법의 장단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고 이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중하부 직장암의 경우, 수술로 혹을 제거할 때 직장암이 골반으로 파고들어 혹과 골반이 너무 가까워서 정상조직의 두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경우나 직장암 주위 림프절이 커져서 암 전이가 의심될 때는 수술 전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먼저 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이 치료법의 장점으로는 미리 혹을 줄여서 수술 시 충분한 정상조직의 여유가 생긴다는 것과 방사선 치료 효과가 수술 후보다 수술 전이 더 좋다는 점, 방사선 치료 후유증이 수술 후 방사선 치료보다 적다는 점 및 환자 입장에서는 혹이 줄어들어 항문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등이 되겠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수술 전 병기에 대한 평가가 아직까지 100% 정확하지 않다는 점으로 인해 방사선 치료가 필요 없을 환자까지도 과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 수술 후 떼어낸 조직이 치료에 반응을 보인 경우 정확한 수술 전 병기 파악이 어렵다는 점, 다른 곳의 전이가 있는 것이 방사선 치료 도중 발생할 경우 치료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점, 항문을 살릴 경우라도 연결 부위 보호 문제로 인해 일시적이지만 장루를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모든 직장암이 이 치료에 반응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 및 실제로 혹이 줄어드는 것이 꼭 항문보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이 있겠다.
 
따라서 이 치료법을 선택할 때는 수술 등 치료를 담당한 의료진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치료하는 경우 실제 병기는 애초 병기, 즉 치료 전의 병기를 따르는 것으로 되어 있고, 방사선과 항암치료에 반응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나누어보면 반응이 있는 경우가 치료 성적이 좀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 직장암의 경우, 암 세포의 형태가 다른 암 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사선 치료에 잘 반응을 보이지 않아, 대개는 수술을 먼저 한 뒤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로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의 치료 방법이었다. 하지만 중하부 직장암에서 수술 전 방사선 치료에 대한 좋은 결과를 보이는 여러 임상연구들이 발표되면서, 선택적으로 이러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치료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치료도 그렇겠지만 의료진이 환자와 보호자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치료에 대한 상의와 의견조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환자의 경우와 같이 환자와 의료진 모두 다 만족할 수 있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의료 환경이 의료진과 환자 간에 치료계획에 대해 충분한 소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오래 된 바램이고 지금도 우리 대장암센터 팀원들은 그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건강칼럼 원문보기 http://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75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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