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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헬스조선 건강칼럼] 대장암 환자 "선생님, 돈가스 먹어도 되요?" 날짜 2013.12.31 15:25
글쓴이 운영자 조회 2526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 황대용 교수

 

대장암과 돈가스

-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대장암의 알려진 발병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고지방식이이다. 물론 이것 하나만으로 대장암 발병에 대한 환경 요소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이론적으로 지방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 담즙(쓸개즙)이 더 많이 분비되어 지방의 소화를 돕게 되는데, 담즙이 우리 장 내에서 균에 의해 2차, 그리고 3차 담즙산으로 변하게 되면서 담즙 자체 혹은 이것의 변형된 형태가 대장암을 유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실험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실제로 담즙산을 많이 분비하게 만드는 것이 지방식이지만, 이런 실험결과의 연장선 상에서 고기 자체가 대장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간주하는 데에는 아직도 일부 반론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서양의 어느 연구에서는 고기섭취 양이 지속적으로 늘었는데 불구하고 대장암 발생률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고, 서양 중에서 프랑스 등 유럽의 경우는 미국 등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1인당 고기 섭취량이 더 많은 데에도 불구하고 대장암 발생률이 더 적은 것 등은 고기가 실제로 대장암 발생과 연관이 깊은가 하는 데에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점들이다.
 
미국 암 연구 협회 등의 자료에 의하면 대장암 발생요인 중 확실히 관여를 할 것으로 제시된 요소들은 붉은 육류와 햄이나 소시지 등 가공 육, 비만, 그리고 남성의 경우는 술이 원인이라고 하였고, 반면에 운동은 대장암을 예방해 주는 요소라고 하였다. 그 다음으로 그 근거들이 확실하지는 않으나 아마도 대장암 발생에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요인들 중에는 여성에 있어서 술, 그리고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요소들은 섬유소 포함 음식, 마늘, 우유 및 칼슘이라고 하였다. 그 다음 제시된 요인들은 그다지 연구결과들의 근거가 충분하지는 않으나 발병을 낮추는 요소들로 채소, 과일, 엽산, 생선 및 셀레니움 함유음식 등이라 하였고 발병에 관여하는 요소들로는 철분포함음식, 치즈, 동물성 지방함유음식 및 설탕 등이라고 제시하였다.
 
즉 여기서 보듯 대장암 발병에는 아무래도 육류가 많이 관여할 것이라고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된 붉은 육류와 가공 육은 그렇다 치더라도, 별로 그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요소들 중에 지방함유음식과 철분포함음식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들을 어떻게 따로 분리할 수 있는지, 상호 구분이 모호하고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겠다.
 
이와 같이 대장암 발병에 관여하는 것이 단순히 육류다라고 선을 긋기에는 아직도 풀어야 할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고 하겠다.
 
최근에는 이미 설명한 장내 세균에 의해 변형된 담즙산뿐 아니라, 우리 몸 내의 장내세균의 분포나 균의 종류가 다른 경우, 이들이 염증을 유발하는 과정에서 대장암의 발병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지방은 실제로 우리 몸이 어떤 위기 상황에 부닥쳤을 때 가장 효율적인 내부 에너지 원이 되기도 한다. 즉 1그램의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모두 각각 약 4 칼로리 정도의 에너지를 내게 되지만 지방의 경우는 1그램에 약 9 칼로리를 방출하게 되어 우리가 평상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기에는 지방의 형태가 상대적으로 더 적은 양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효율적인 축적방법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탄수화물이 체내에 들어와서 즉시 사용되고 남은 잉여 에너지는 우리 몸에서 글리코겐이나 지방으로 변환시켜 두었다가 굶게 되는 등 위급상황에서는 다시 꺼내 이용하게 된다는 점에서, 섭취 후 바로 지방으로 축적되는 지방자체를 많이 섭취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지방자체도 우리 몸 유지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지방이 많은 음식은 우리 머리에서 맛있다고 느끼게 하는, 소위 중독성이 있게 되어 상대적으로 더 찾게 되고 또 먹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게 되어 섭취 양이 필요이상으로 지나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육류 등 동물성 지방 이외에 우리가 잘 모르고 섭취하는 지방 중에는 평소에 먹고 싶다고 느끼는 음식들이 대부분 속해 있다. 그것들은 도넛, 케이크, 피자, 치킨, 튀김, 빵, 과자와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 등이다. 이들은 비록 식물성 기름을 이용하지만 튀기는 과정인 기름에 열을 가하게 되면 이것 역시 좋지 않은 지방성분으로 변하기 때문에 동물성 지방만큼이나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육류를 포함하여 이런 지방이 우리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건강강좌나 매스컴 등에서 너무 강조를 많이 하다 보니, 실제로 수술치료나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수술이나 항암제 치료 등으로 인해 먹을 것이 마땅치 않은데, 환자 보호자들은 환자에게서 이들을 철저히 격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대장암센터 정담회 때의 일이다. 대장암 전이로 수술 후 주기적으로 입원하여 대장암 항암치료를 계속 받고 있는 30대 여자 환자에게 지금 무엇이 가장 먹고 싶으냐고 청중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물어보았더니 즉시 돌아온 대답은 바로 치킨이었다. 그럼 먹으면 되지 않겠냐고 대답하였더니 환자 어머니가 대장암 치료 이후로 절대 못 먹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 옆에 같이 서 있던 환자 어머니는 무슨 치킨이냐며 큰일날 소리한다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하지만 치료 기간 중에는 무엇이든 소화만 된다면 먹고 싶은 것을 먹여야 하고, 설사 그렇게 먹인다 해도 그 환자가 건강했을 때 먹었던 것보다도 상대적으로 식사 양과 칼로리가 더 적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즉 지금 치킨이 먹고 싶다면 바로 먹으라고 권하였다.
 
그랬더니 청중들 맨 뒤에 서 있던 한 중년의 남자환자가 손을 번쩍 들고서 큰 소리로 필자에게 외쳤다.
 
“선생님, 돈가스 먹어도 되요?”
 
돌아보니 그 환자는 수년 전부터 다른 병원에서 대장암 수술과 재발 치료를 시작하여 상당히 오랫동안 여러 가지 치료를 받다가 중단하는 것을 수 차례 반복하였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용기를 내어 대장암 치료를 시작한 환자였다. 현재는 간이 상당히 커져있어서 조그만 음식을 먹어도 배가 불러 식사를 제대로 잘 하지 못하여 기운이 많이 쇠진한 상태였다.
 
“그럼요, 지금 드실 수 있다면 드셔도 됩니다.”
 
이어 필자는 환자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날 그 환자가 입원하고 있던 다인 병실은 마침 모두 필자의 대장암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었는데, 모두 그 날 저녁 풍성한 돈가스 파티를 열었다고 하였다. 다음 날 아침 회진 때 보니 그 병실에 있는 환자들 모두 만족한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곁에 서 있던 부인은 계속 못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제 이이가 돈가스 먹었는데 정말 괜찮을까요? 재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요?”라고 무척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얘기를 하는 그 동안에도 환자는 그 동안 한번도 못 먹었다는 컵라면을 후루룩거리며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게 먹고 있었다.
 
실제로 대장암 치료기간 동안 보호자들은 환자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의도적으로 많이 제한하는 것을 필자는 많이 보아왔다. 즉 대장암은 육류 등 지방질과 연관이 있으니 진단 받은 이후 이들 음식을 절대로 먹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철저히 머리 속에 주입되어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 치료 중이니 보호자로서 몸에 나쁘다고 하는 것은 피하게 하고 좋다고 하는 음식만 찾아서 주려고 하는 마음이 어찌 없겠는가?
 
하지만 암의 원인 중 음식 등 환경요인들은 하루아침에 암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즉 이런 음식들로 인해 암이 발병하려면 수십 년간 동일한 생활패턴이 반복되어야 암이 생긴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항암제 등 암 치료 중이나 후에 음식 냄새 등으로 비위가 상하여 제대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것이 치료받는 환자들의 실상이다. 비록 장기간 섭취하였을 때에는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는 음식이라도 지금으로서는 무엇이든 먹게 하는 것이 더 급선무이다. 음식의 좋고 나쁨을 떠나 병과 싸울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야 치료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고 또한 그 결과도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받는 동안 무엇이든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고 느낀다면 이 또한 축복이 아닐까?
 

< 건강칼럼 원문보기 http://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78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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