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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헬스조선 건강칼럼] 대장암과 행복콘서트 날짜 2013.10.18 18:05
글쓴이 운영자 조회 2056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 황대용 교수

 

대장암과 행복콘서트

-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우리 대장암센터는 지난 8월 중순에 개소 2주년을 맞이하여 대장암 수술 1,000예 돌파 기념식을 거행하였다. 수술환자의 분석결과 남녀의 비가 6대4로 남자환자가 좀 더 많았다.  대장암 중에서 직장암이 약 40%를 차지하였고 60%는 결장암 수술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40대가 11%를 차지한 반면 50대에서는 28%로 껑충 뛰고 이후 60대와 70대는 각각 31%와 22%의 분포를 보여 40대에서 50대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는 소견을 보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암 검진 사업으로 50대부터 대장암 검진-분변잠혈검사-을 시행하게 하는데, 위암의 경우와 같이 40대부터 하는 것이 좀 더 좋겠다는 반증 자료인 것이다. 하지만 대장암 검사 역시 대장내시경 검사가 아닌 대변의 혈액유무를 검사하는 것이다 보니 위 검사로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 보다 정확도가 훨씬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 자료에 근거하여 가능하다면 40대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장암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자료의 경우 병이 좀 더 진행된 대장암 3기와 4기의 환자 수술이 38%를 차지하여, 우리나라 전체 대장암 환자 수술 통계 자료의 21%보다 약 2배 가까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진행된 경우의 환자들 수술이 좀 더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더불어 그 만큼 대장암에 전문화 된 센터가 있음으로 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대장암 치료에 팀을 잘 꾸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간으로 전이된 대장암 4기의 경우 우리 대장암센터는 대장암 수술 전문의, 간 수술 전문의 및 수술 중 간 초음파 시행과 고주파 열 치료를 위한 영상의학과 전문의 등 최소한 3명의 전문의가 동시에 수술에 임함으로써, 필요한 역할을 서로 분담하여 최대한의 치료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수술 전과 후에는 이들을 포함하여 소화기내과 전문의,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PET분석을 위한 핵의학과 전문의 및 병리과 전문의 그리고 폐 전이 치료를 위한 흉부외과 전문의 들과의 협의를 통해 최적의 진단과 치료법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과의 협의에 의한 센터 운영방법에는, 암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이견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대장암의 경우는 대장암 수술 전문의료진이 치료방침을 정하는데 있어서 선장 역할을 맡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병의 특성상 대장암의 최종 목표와 완치를 바라보는 유일한 길이 수술이므로 최종 치료 결정에 수술을 담당한 의료진이 책임 있는 위치를 맡아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장암 수술 환자 자료분석에서 환자의 거주지 별 분포도 흥미로웠는데, 우리 병원 인근 거주지역 주민보다 그 이외의 지역 주민이 약 60% 정도로 상대적으로 더 많아, 절반 이상이 연고지와 무관하게 우리 센터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이는 우리가 치료한 환자들과 그 지인들의 소개로 온 경우들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 것으로 분석되었다. 외국인 대장암 환자의 수술도 15명이나 포함되었는데 대다수가 러시아 연방 환자들이었다.

 

이상의 수술환자 외에 외래를 통하여 혹은 입원하여 대장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중의 약 3분의 1 이상은 타 병원에서 이미 대장암 치료를 받고 내원한 환자들로 이들 역시 우리 대장암센터에서 치료 받은 환자들과 그 지인들의 소개로 방문한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이런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은 대장암 재발과 전이의 경우로 본인들과 그 가족들은 병의 심각성 자체와 더불어 여러 가지 사회적 혹은 경제적 문제로 인해 매우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대장암 수술 환자를 포함한 모든 대장암 치료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단 하루 혹은 어느 한 순간만이라도 행복을 줄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들에게 제일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암 치료 이전에 암은 곧 죽음이라는 공포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것이리라. 하지만 인간은 영원불멸의 존재가 아닌 언젠가는 죽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신 이외에 그 누구도 모른다는 생각을 받아들인다면 조금은 마음이 편하여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대장암 수술 1,000예 기념식 후 우리 병원에서는 유명 뮤지컬 배우 두 사람의 콘서트가 열렸다. 그런데 어느 정도 공연이 무르익어갈 무렵 여성 뮤지컬 가수는 본인의 암 환자 가족얘기를 꺼내 들었다. 내용인즉 가수의 언니가 몇 달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옆에서 간호하고 지켜보는 것이 생각보다 매우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본인을 더 힘들게 한 것은 언니가 가족들 곁을 떠나고 난 뒤 생전에 언니와 좀 더 많은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였나 하는데 대한 아쉬움이 무척 컸다는 사실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이렇게 서로 같이 곁에서 숨쉬고, 같이 있는 이 순간과 공간이 실제로 얼마나 큰 행복이냐고 하며, 그 다음 노래를 부르면서 노래 중간에 가족과 환자, 혹은 곁에 앉아 있는 옆 사람과 서로 포옹을 하게 끔 시켰다. 이 순간 필자가 앉은 자리 옆에 환자인 엄마와 딸이 서로 꼭 부둥켜 안고 많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 장면이 너무도 간절하여 필자 또한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물론 그 당시 노래를 부르는 여자 가수 조차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암 환자와 가족들이 대부분인 청중들에게 현재의 행복이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많은 감동과 행복을 준, 진정한 행복콘서트 무대였다.

 

그렇다, 이 여자 가수 말대로 지금 환자 곁에 사랑하는 가족과 같이 있는 그 순간 자체가 큰 행복이며 기쁨이라는 것을 우리가 깨닫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닥치게 될 수 밖에 없는 죽음이란 우리들 누구나가 필연적으로 맞이하여야 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며, 환자와 그 가족들이 너무 힘들지 않게 서로의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여 주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 건강칼럼 원문보기 http://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77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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