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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헬스조선 건강칼럼] 대장암과 아스피린의 효과? 날짜 2014.06.30 16:15
글쓴이 운영자 조회 2299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 황대용 교수


대장암과 아스피린의 효과?

-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학회에서 발행하는 학회잡지의 편집책임 일을 오랫동안 맡아 이 분야 일을 해 오다 보니 조금은 별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어떤 새로운 연구가 심사를 위해 편집위원회에 제출되거나, 또는 다른 잡지에 이미 발표된 논문을 읽는 경우, 그 연구의 결론에는 관심이 없고 논문의 애초 연구 디자인에 문제점은 없는지, 혹은 분석한 연구 결과들이 제대로 분석되었고 이들을 바탕으로 황당하거나 과대포장 되어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는지 등을 먼저 확인하게 된다.

좀 좋지 않게 얘기하면 연구의 문제점이나 단점, 혹은 심하게 얘기하여 거짓말들을 우선 찾아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고나 할까...


의학잡지를 포함한 학술잡지 편집을 하는 사람들은 이전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 즉 독창성이 있는 연구내용들에 우선 눈길이 가게 된다. 그리고 심사결과 그 연구의 분석과 해석에 문제가 없다면, 소위 해당 잡지의 인용지수(impact factor: 어떤 논문이 발표된 뒤 다른 논문에 그 논문이 얼마나 많이 인용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만약 인용지수가 1인 잡지라면 그 잡지에 실린 논문 한편이 일년에 한번 정도 다른 연구에 인용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를 높이기 위해 다른 잡지보다 우선하여 실으려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독창성에 우선하여 발표된 뒤, 다른 연구자들로부터 발표된 그 연구에 대한 이의 제기가 얼마나 많이 그 잡지에서 다루어지는가 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그 학술잡지가 좋은 잡지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지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들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 대장암 수술과 연관하여 대표적인 것이 하나 있다. 그 연구 내용은 대장암 중에서도 직장암이 아닌 결장암에서 복강경 수술방법이 개복수술과 비교하여 과연 안전한가에 대한 여러 병원들의 공동 연구가 연구되고 있는 시점에, 유럽 어느 병원의 외과의사가 본인 자신의 개인자료를 분석하여 2000년 초 유수한 의학잡지에 기고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참고로 그 의학잡지는 인용지수가 2012년 현재 약 30이 넘을 정도로 매우 인용도가 높은 잡지이다.


이 의사와 같은 내용의 연구를 구미에서 여러 병원들이 합동으로 연구한 결과 (이 연구결과는 결장암의 경우 복강경 수술이 기존의 개복수술과 비교하여 나쁘지 않으므로 결장암 수술에 한가지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가 발표되기 직전에 똑같은 내용에 대해 한 사람의 연구자가 본인의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발표된 것이었다.


그 의사는 애초 자신의 주장대로 복강경 수술이 개복수술보다 좀 더 좋을 것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시행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실제 대부분의 연구결과들은 연구자 본인이 원하던 방향으로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발표한 내용 중에 가장 비판을 받았던 대목으로, 결장암 수술에서 국소재발율, 즉 결장암을 제거하고 다시 결장을 연결한 부위에서 암이 재발한 건수가 개복술의 경우 약 14% 정도로 아주 높게 제시 (일반적으로 결장암 수술 후에 대장 연결부위 등 국소재발 비율은 극히 낮다) 된 것이었다. 물론 본인이 주장하고 싶었던 복강경 수술의 경우는 이 보다 약 절반 정도 줄어든 수치를 제시하여 복강경 수술이 좀 더 좋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하였다.


이 연구결과가 발표된 다음 해인 2003년, 필자는 미국 뉴욕에 있는 당시 세계 최고의 암 병원 중하나인 미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와 공동으로 대장암 국제 심포지엄을 국내에서 기획하고 개최하게 되어, 우리나라를 방문한 그 병원의 의료진들과 마침 이 연구결과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그 병원의 대장암 전문의료진이었던 외과의사인 패티(Paty) 박사는 이 논문에 대해 필자와 논의하면서, 비록 처음시도라는 의도는 매우 가상하나 결장암에서 수술 후 국소재발 발생 비율이 저 정도로 높게 나온다면 지금 본인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바로 잘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결국 이 연구는 결론을 떠나 신빙성 없는, 즉 믿을 수 없는 데이터라는 말이었다.


결국 의사 한 개인이 누구보다 처음시도라는 것에 큰 욕심을 낸 연구이었는데, 애초부터 너무나 큰 의학적 편견을 가지고 연구가 진행되다 보니, 비록 나중에 본인이 미리 가정한대로 결과가 나왔는지는 몰라도 그 연구 내용에는 매우 심각한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즉 이 연구결과만 놓고서, 대장암 수술에서 복강경 수술이 개복수술보다 더 좋다고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과연 이런 능력을 가진 의사에게 대장암 수술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뻔한 것 일 테니 말이다.


결국 그 이후 이러한 의문들을 포함하여 그 연구의 다양한 다른 문제점들이 여러 다른 의사들에 의해 하나하나 그 잡지에 계속 제기됨으로써, 나중에는 이러한 비판들에 의해 그 연구는 소위 누더기처럼 엉망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결국 처음 시도라는 ‘역사적 사실’ 빼 놓고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연구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최근 일부 매스컴에서 아스피린의 복용이 대장암 수술 후 재발방지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유럽 어느 국가의 연구를 다루었던 것 같다. 그 보도 직후 치료하고 있는 대장암 환자들이 본인들도 대장암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질문을 바로 던져 왔다.


그 동안 아스피린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들의 경우 대장암의 용종(그 중에서도 선종) 발생을 감소시키고, 따라서 궁극적으로 선종에서 대장암으로 변하는 것을 미리 막아주므로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발표된 여러 연구들에서 대장 용종의 발생시기를 늦추었을 뿐, 궁극적으로 발생하는 용종 자체는 막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이와는 좀 다른 관점에서 아스피린이 대장암 수술 후, 재발을 막을까에 대한 연구들도 수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이들 내용은 일반 독자들뿐 아니라 의료진 조차 암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잘 모르는 단어들인 종양의 PTGS2(COX2) 발현이나, PIK3CA 및 BRAF들의 돌연변이 유무와 아스피린 복용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어 왔다. 예를 들어 PTGS2가 대장암 조직에서 염색이 되는 경우, 대장암의 PIK3CA의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혹은 BRAF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 등에서 아스피린의 복용이 대장암 수술 후 재발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란 연구결과들이 조심스럽게 발표되었었다.


이번에 매스컴에서 다룬 아스피린에 관한 연구는, 암 세포가 원래 암 조직으로부터 혈관으로 유출되게 되면 암 세포의 다른 장기로 퍼지는 능력(전이능력)은 혈소판을 비롯한 혈액세포 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이 중 혈소판의 역할에 연구자들은 주목을 하였다. 즉 암 세포의 항원성(정확히 표현하면 조직적합백혈구항원 등급1-HLA Class I)이 낮거나 없는 세포들이 자연살 세포(NK 세포)에게 파괴되는 것을 혈소판이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연구자들은 암 세포의 항원성(조직적합백혈구항원 1등급)이 낮은 경우나 없는 경우에서 아스피린의 투여가 혈소판 억제효과로 인해 암 세포의 전이를 막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가정하고 이 연구를 진행하였다고 하였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저자들의 애초 가정과는 다르게 대장암 조직에서 항원성(조직적합백혈구항원 등급1)이 정상인 경우에서 아스피린의 복용이 대장암 수술 후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이 결과들이 본인들의 애초의 가정과는 맞지 않았는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고 부언하였다. 또한 그 동안 발표된 다른 연구들에서 대장암 조직의 PIK3CA의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아스피린의 복용이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들의 연구에서는 이와 반대로 PIK3CA의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 아스피린 복용이 도움이 된다는 기존의 발표되었던 연구들과는 다른 결과를 내 놓았다. 어쨌든 대장암 수술 후 아스피린의 복용이, 대장암 조직에서 항원성(조직적합백혈구항원 등급 1)이 정상인 경우 대장암 수술 후 재발방지에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고 연구자들은 결론지었다.


그런데 이 논문을 찾아 그 내용을 읽어보니 비교대상에 문제점이 있었다. 실험 대상 환자들은 임의로 정한 7년 기간 동안에 등록된 3,586명의 대장암 환자 중에서 연구자들이 임의로 999명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이들 999명을 전체 3,586명의 대장암 환자들과 비교하여 여러 요소들에서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전체 대장암 환자를 대표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연구자들은 통계 수치로 비교 제시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환자들 중에 이 연구의 결론을 이끌어내는데 가장 중심에 있는 그룹인 대장암 조직의 항원성(조직적합백혈구항원 등급1)이 정상인 환자 643명들의 비교 내용에 있었다.


이들 중에서 아스피린을 복용한 그룹과 복용하지 않은 그룹에서 각각 환자들의 대장암 병기 분포에 대한 비교를 하였는데, 연구자들은 이들 간에 확실히 서로 대장암 병기에 차이가 있다고 기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대장암 조직의 항원성(조직적합백혈구항원 등급1)이 정상인 그룹에서 아스피린의 복용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이 연구의 주된 결과이자 결론인데, 애초에 비교대상 자체가 서로 아주 달랐다면 얘기는 달라지게 된다. 그것도 병의 예후, 즉 생존율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장암 병기가 서로 다르다면 말이다. 즉 이 연구에서는 이들 비교대상의 대장암 병기가 애초에 서로 매우 달랐다는 것이 가장 문제로 이미 두 집단이 서로 매우 다른 상태에서 선택되어 잘못된 비교를 한 것으로 보인다.


수치로 보면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은 그룹에서 대장암 4기 환자는 521명 중 95명으로 18.2%를 차지하였는데 반해, 아스피린을 복용한 그룹은 122명 중 10명인 8.2% 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은 그룹에서 전이성 대장암인 4기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두 배 이상 많았다는 뜻으로, 아스피린의 영향력은 제쳐두고라도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은 그룹의 생존율이 아스피린을 복용한 그룹보다 애초부터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스피린을 먹지 않은 환자들이 아스피린을 복용한 환자들의 경우보다 약을 투여하기 전에 이미 대장암이 훨씬 더 진행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상대적으로 대장암이 좀 더 심한 환자가, 아스피린을 복용했던 그룹보다 복용하지 않았던 그룹에서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아스피린 복용 여부 이전에 이들의 생존율은 이미 처음부터 결론이 난 상태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물론 연구자들은 이러한 두 그룹에서 애초부터 서로 차이가 나는 요인들(즉 환자의 나이, 성별, 대장암 병기, 보조항암요법 유무, 지병의 유무 등)을 통계방법을 이용하여 이것들을 잘 보정해서 계산하여 나온 생존율 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아스피린을 복용한 그룹에서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은 그룹보다 고령의 환자들이 훨씬 더 많았고 지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통계방법으로 이들을 잘 보정하여 아스피린 복용 군이 좋은 생존율을 보이는 결과를 이끌어내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애초에 잘못 시작된 비교, 즉 대장암 생존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장암 병기가 처음부터 확실히 차이를 보이는 두 그룹을 아무리 훌륭한 통계방법을 이용하여 이를 잘 보정하고 그 결과를 도출해냈다고 하더라도 이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분석과 비평 없이 연구자들의 발표를 그들이 주장 하는 대로, 그리고 중간에 들어간 어려운 조건에 대한 얘기들은 생략하고 일반인이나 환자들에게 알려주게 되면(실제 이 연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장암 조직의 항원성을 미리 알아내서 대장암 수술 후 조직의 항원성이 정상인 경우에는 아스피린 복용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하나의 지침으로 넣자는 주장인데 이내용은 읽는 일반인들로서는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조차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대장암 수술 후 아스피린의 복용이 재발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단순한 논리로 듣는 사람에게 각인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흥미로운 의학 연구가 발표되었을 때, 우리는 그 연구의 내용을 심도 있게 비판적인 눈으로 잘 해석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병이 덜 심한 그룹이, 병이 훨씬 덜 심한 그룹보다 성적이 더 좋았다’ 라고 하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들으면서 마치 매우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의학잡지들은 발표 논문 끝 부분에 발표한 연구주제와 연구자들의 사적인 이해관계(conflict of interest), 즉 해당 약제나 기구회사의 주식보유나 지분 및 봉급이나 자문의 등의 직책 등에 대해 연구자들 스스로 작성을 하게 하여 연구의 윤리적 측면이나 편견 개입에 대해 상세히 밝혀서 심사자 및 독자들에게 그 연구의 가치를 판단하게 하고 있다. 이 연구의 경우 이 논문의 집필에 관여한 한 명의 의료진이 아스피린 재단에서 보수를 받고 있고, 아스피린 제조 회사인 글로벌 제약 회사의 자문의사로 있다고 작성되어 있었다. 이제 판단은 연구 내용을 읽는 우리들 몫인 것이다.


< 건강칼럼 원문보기?http://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8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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