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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헬스조선 건강칼럼] 대장암 폐 전이-배우 김자옥씨가 남기고 간 선물 날짜 2014.11.17 17:04
글쓴이 운영자 조회 2758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 황대용 교수

대장암 폐 전이-배우 김자옥씨가 남기고 간 선물
-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일요일인 2014년 11월 16일, 한 시대를 풍미하였던 아름다운 여배우 김자옥 씨가 63세의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대장암을 앓았던 것이 이미 매스컴을 통해 알려졌던 분이라 생전에 TV등에 출연하여 본인이 치료과정에 대해 얘기 한 것을 토대로 병상일지를 재구성해본다.

변비나 변 보는 것에 이상이 전혀 없던 57세 때인 2008년 4월 건강검진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 대장암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당시 대장암 발견 후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이 비교적 쉬운 위치였다고는 하지만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28회 받았다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직장암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수술 이후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마치고 약 4년이 지난 2012년 4월, 흉부의 한 부위에서 림프절 전이가 나타났고 이후 폐에 전이가 발견되어 수술로 제거 하고 다시 대장암 폐 전이 및 림프절 전이에 대한 항암제 치료를 계속 받아 온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대장암의 폐 전이가 발견 된지 약 2년 7개월, 그리고 대장암이 처음 발견된 지 6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삶을 마감하였다.

본인이 생전에 TV에 나와서 말한 내용 중 대장암 치료에 관한 부분에는 일반인을 비롯하여 지금 치료 중인 대장암 환자에게 교훈이 될 만한 얘기를 한 것들이 있어 새삼 놀라운 마음에 여기 그 내용들을 정리하여 본다.

첫 번째는 대장암 진단 당시인 57세에 아무런 자각 증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스스로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암검진 중 대장암 검진 권고시기인 50대가 시작하는 시점에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았을 텐데 하며 좀 더 이른 시기에 검진을 받지 않은데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였다. 친구들의 경우 당시 건강검진을 많이 받았다고 얘기는 했지만 대부분 대장내시경은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대장내시경 검사 전에 필요한 관장약 먹기도 힘들고 검사 받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로 검사를 기피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대장암은 어느 정도 혹이 커져도 대부분 별다른 자각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서는 50대 부터 대장암 검사를 해주게 된다. 문제는 대장내시경 검사가 아닌 변에 혈액이 있는지 유무를 검사해주는 분변잠혈검사로 시행(이는 모든 나라가 다 유사하다)되기 때문에 이 검사로 대장암을 발견할 확률은 30% 이하로 매우 낮다.

따라서 건강검진을 받을 때 대장내시경을 추가로 검사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대장암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의 연령대를 분석해 보면 40대까지는 매우 낮은 빈도를 보이다가 50대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60대와 70대까지 모두 유사한 빈도를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40대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좀 더 이상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로 수술이 용이한 위치였다고는 하나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는 것은 직장암이면서 동시에 최소한 병기가 2기 이상이었다는 반증이 된다. 즉 본인의 얘기대로 50대 초반에 검사를 받았다면 병이 조기인 상태에서 치료를 받았을 것이고, 대장암 수술 후 방사선 치료 등 보조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대장암 수술 후 약 4년 뒤 폐에서의 재발(재발과 전이가 아주 다른 말은 아니다. 즉 재발의 범주에 전이가 포함된다)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해진다.

세 번째로 대장암 수술 후 폐 전이가 발생한 것은 장이 폐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본인은 이것을 장과 폐는 사촌간이라 표현하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장암 중 대부분(40% 이상)을 차지하는 직장암의 경우 해부학적 구조로 인해 혈액의 유입경로가 직장에서 가장 먼저 폐로 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즉 직장암의 경우 간 전이(실제로 대장암에 포함되는 결장암과 직장암을 함께 놓고 보면 간 전이가 대부분이며 폐 전이보다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보다 폐 전이 발생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대장암 수술 후 폐 전이의 확률은 약 10% 전후(5-15%)로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이중 약 10% 정도는 폐 전이 절제수술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 폐 전이 절제 수술을 받은 3명 중 1명 정도가 완치될 수 있으며 이는 간 전이 수술 후 완치확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장암의 폐 전이로 수술 받은 약 2900여명을 대상으로 메타 분석(여러 연구자료들을 통합하여 시행한 연구)을 시행한 2013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첫 대장암 수술과 재발 사이의 기간이 긴 경우, 폐 전이 수술 전 혈액의 CEA 수치가 정상인 경우, 흉부 내의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 그리고 떼어낸 폐 전이의 개수가 여러 개보다는 하나인 경우 생존율이 더 높다고 하였다.

따라서 김자옥 씨의 경우, 폐 전이의 개수를 알 수는 없으나 수술로 제거 받았다는 것으로 보아 그 개수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장암 수술 후 약 4년 뒤에 재발이 발견되었으므로 이 역시 그리 짧은 기간은 아니다. 하지만 흉부 내 림프절 전이가 있었던 것은 좋지 않은 요소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항암제 치료를 계속 유지 해 왔을 것이다.

네 번째로 첫 대장암 수술 후 그리고 재발 수술과 항암치료 중에도 치료받는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전성기 때와 다름없이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본인의 밝은 심성과 쾌활함으로 힘든 치료 과정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잘 이겨낸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비쳐진 하나의 단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장암 치료는, 치료과정 동안 환자처럼 보이지 않는, 그리 몹쓸 치료는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이러한 점은 지금 대장암 치료에 대한 두려움에 치료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고 생각된다.

다섯 번째로 근래에 출연한 한 여행 프로그램에서 오랜 치료로 인한 공황장애 등으로 장거리여행을 다니기 힘들었다고 고백하였다. 장기간의 치료는 사람을 육체적으로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무척 힘들게 하는 것으로 대장암 환자를 치료하는 입장에서 다시 한번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 보게 만드는 교훈이 되는 고백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결정하기 전 선배인 배우 윤여정씨가 같이 같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도 행복하고 고마웠다고 울먹이는 것을 보면서, 장기간 치료를 받는 경우는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그렇지 않으며, 주위사람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환자에게 큰 힘과 용기를 북돋아 준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암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관한 부분이다. 본인은 암을 진단받았을 때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병이라는 것에 감사하다고 하였다. 교통사고나 뇌졸중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 죽음을 미리 대처할 수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에 비해 삶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는 암이란 병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또한 판정을 받은 이후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고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며 긍정적인 생각들을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우리 모두가 곱씹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이 아름다운 여배우는 비록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지만 그가 생전에 보여준 삶의 교훈과 대장암 치료 동안 보여준 그의 모습이 대장암 환자를 포함한 모든 암 환자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삼가 고인의 영전에 명복을 빌면서,

< 건강칼럼 원문보기 http://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8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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