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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헬스조선 건강칼럼] 대장암, 표적치료제와 유전자 날짜 2014.10.20 16:37
글쓴이 운영자 조회 2375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 황대용 교수

대장암, 표적치료제와 유전자
-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요즘은 암 치료에 수많은 표적치료제들이 개발되어 있고 또 계속하여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항암제와 표적치료제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작용 부위가 다르다.


즉 항암제는 우리 몸의 세포 단위에서 그 작용이 일어나는 것인 반면, 표적치료제는 세포 내부와 외부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분자 단위에서 약이 작용하는 것이다. 즉 표적치료제는 그 작용 부위가 항암제 보다 좀 더 작은 단위인 것이다.


일부에서 표적치료제를 소개할 때 정상세포에는 없는 암 혹은 암 발생에 관여하는 특정 물질들 만을 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올바른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들 표적물질들은 정상 세포 내에도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표적치료제는 정상 세포보다 암세포나 암 발생단계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존재하는 분자 수준의 물질들에 작용하는 약제라는 뜻이다.


이론적으로 이러한 약제들은 항암제처럼 세포를 죽이는 세포독성 효과를 보이는 것이 아닌 세포의 성장을 정지시키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이 말 역시 다 맞는 말은 아니다.


대장암의 대표적인 표적치료제 중 하나인 베바시주맙(상품명은 아바스틴)이라는 혈관 형성 억제제의 예를 들어보자. 이 약은 우리 몸에서 혈관을 만들어내는 신호 중 가장 강력한 요소인 혈관 내피성장인자에 미리 붙어서 이것이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혈관 내피성장인 자 수용체에 부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항체이다.


결국 암세포로 가는 혈액 공급을 차단하게 되므로 직접 암세포를 죽이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암세포 성장을 고사시키는 효과를 보여 궁극적으로는 간접적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표적치료제들은 항암제와 달리 독성이 전혀 없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로 항암제와 비교하여 부작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는 부작용이 다를 뿐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공격하는 목표는 정상세포에도 존재하는 물질들이기 때문에 항암제와는 다른 양상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이미 언급한 베바시주맙의 경우,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혈관 형성에도 방해를 하여 상처의 치유를 지연시킨다든지, 혈관에 작용하므로 고혈압이 유발된다든지, 드물기는 하지만 위장관의 생리적인 세포 재생을 방해하여 위장관의 천공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장암의 또 다른 대표적인 표적치료제 중 하나인 세툭시맙 (상피성장인자 수용체에 대한 항체로 이들은 성장인자가 세포 내로 신호를 주어 세포가 분열하는 것을 막게 하는 약제로 상품명은 얼비툭스)의 경우는 주로 피부에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는데 얼굴과 온몸에 여드름 같은 피부발진이 나타난다.


이 외에 두 약제 모두 일반적인 항암제들의 부작용인 소화장애나 오심 구토 등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들 약제들은 대부분 기존 항암제와 병행하여 사용해야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같이 사용하여보면 일부 환자들의 경우 항암제만 맞던 때 보다 주사 맞기가 좀 더 수월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대장암에 사용되는 표적치료제들은 이 두 가지 외에도 혈관 형성 억제 효과를 보이는 또 다른 약제인 어플 리버셉트 (베바시주맙과 비교하여 더 여러 종류의 혈관 내피성장인자들에 작용하는 융합 단백질로 만든 주사 약제로 상품명은 잘 트랩인데 전이성 대장암의 2차 약제로 허가를 받아 우리나라도 곧 출시 예정이다)와 경구 복용 제인 레고라훼닙 (혈관 형성, 세포간질 및 종양의 수용체 효소들의 다중 효소 억제제로 개발된 약제로 약품명은 스티바가, 우리나라는 2013년 8월 허가를 받고 출시되었다)이 있다.


이들 표적치료제들의 문제점은 기존의 항암제와 유사하게 어떤 환자에게 그 약제가 듣는지를 미리 알려주는 표지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즉 약의 공격 목표인 표적은 있지만, 약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표지자(마커)는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런데 세툭시맙의 경우, 기존에 이 약제의 임상실험에 참여하였던 대장암 환자들의 대장암에서 K-ras라는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하여보니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가 약제에 대한 반응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K-ras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대장암 환자에서 세툭시맙을 사용한 경우, K-ras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들보다 의미 있게 생존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관찰하였다. 따라서 세툭시맙과 같은 종류의 약제들은 대장암에서 K-ras라는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여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에 국한해 약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K-ras 뿐이 아닌 다른 그룹의 Ras 유전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검사를 하여 투여를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장암이 아닌 다른 암의 경우 표적치료제의 표지자로는, 비소세포성 폐암의 경우 상피성장인자 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 유방암에서 HER2,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Bcr-Abl 및 위장관 기질종양의 C-kit 등이 알려져 있다. 아마도 향후 더 많은 표적치료제들과 이들 약제에 대한 표지자들이 알려져, 약제의 반응을 미리 예측하고 투여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는 대장암에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로 5FU라는 약제가 사실상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당시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대장암의 경우 기대 수명은 약 4-6개월 정도였다. 하지만 1990년대에 옥살리플라틴과 이리노테칸이라는 대표적인 대장암 항암제가 소개돼면서 환자의 기대수명이 약 20개월 정도로 괄목할 만큼 향상되었다. 그 이후 여러 가지 표적치료제들이 새로 출시되면서 이들을 항암제와 같이 사용한 경우, 가장 최근의 임상보고들에서는 거의 30개월에 가까운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전이성 대장암의 경우 이들 두 가지 대표적인 표적치료제 중 어느 것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성적을 보이는가 하는 것을 알아보는 대규모 임상실험 결과가 각각 작년과 올해 미국 임상 암학회 (ASCO)에서 발표되었다. 작년 연구는 두 약제에 대한 대장암 전이의 반응 정도를 비교하는 것이었는데 두 약제 모두 서로 차이 없이 비슷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런데 이 연구의 원래 목적은 아니었던 생존율의 경우 세툭시맙을 사용한 군이 베바시주맙을 사용한 경우보다 좀 더 좋은 성적을 보인 것으로 발표되었다. 하지만 올해 발표된 또 다른 대규모 임상 연구는 원래 연구목적이 두 약제의 생존율 비교로 두 약제 모두 비슷한 30개월의 생존기간을 보여주어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두 가지 약제 중 어느 약제를 먼저 사용하여도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이들 약제의 가장 큰 단점은 고가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표적치료제에 대해 의료보험 혜택을 주지 못하였다. 다행스럽게도 2014년 3월, 전이성 대장암의 경우, 첫 치료에 한해 항암제(이리노테칸)와 같이 사용하는 두 가지 표적치료제 (베바시주맙과 세툭시맙)중 어느 것이든 한 가지 약제에 대해 보험 적용을 해 주고 있다.


바라기는 보험 재정이 허락하는 한, 첫 치료뿐 아니라 2차 이상의 치료에도 이들 표적치료제들에 보험 적용을 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늘 죽음이라는 삶의 이면을 마주하며 두려움과 공포에 하루하루가 힘들고 마음고생이 심한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그나마 작은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건강칼럼 원문보기 http://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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