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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헬스조선 건강칼럼] 대장암, 장루 혹은 인공항문 만들기 날짜 2014.09.23 17:06
글쓴이 운영자 조회 2640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 황대용 교수

대장암, 장루 혹은 인공항문 만들기
-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대장 중에서 항문에 가까운 약 15cm정도 길이의 곧은 부위를 직장이라고 칭한다.


대장암 중에서 항문에 가까운 직장암이 대장암 전체의 약 40%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대장암 치료의 대부분은 직장암 치료가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직장암의 치료는 결장암과는 좀 다른 다중복합 치료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논하기로 하고 이번은 장루, 소위 인공항문에 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직장암의 경우 항문에 아주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경우는 항문을 보존하지 못하고 장을 복부로 빼 내어 변을 보게 만드는 인공항문, 소위 (영구) 장루를 만들게 된다. 대개의 경우 직장암이라고 진단을 받게 되면 환자 입장에서는 암 치료보다도 먼저 걱정하는 것이 본인의 항문이 사라지게 될 것인가 아닌가에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인공항문을 만든다는 것이 환자들에게 항상 의욕을 떨어뜨리고 우울증과 골치거리를 안겨다 주는, 문제의 소지가 많은 부정적인 측면만을 가진 수술일까?


장루의 역사를 보면 기원 전 약 350년 고대 그리스의 의사였던 프락소고라스(Praxogoras)가 장이 다친 경우에 장루를 만들었다는 보고가 있다. 당시에는 탈장부위로 장이 튀어 나와 꼬인 (감돈 탈장이라 부른다) 경우에 피부에 가까이 위치한 장 부위를 인두로 지져서 변을 피부로 배출시키게 하여 장루를 만들어 환자가 생존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장루란 변이 항문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복부의 한 부위로 장이 튀어나와서 변이 나오게 되는, 우리 몸의 배변의 변화와 몸의 변형을 주는 수술이라 환자들이 이를 꺼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하지만 장루 자체만으로도 환자의 치료나 여러 다른 면에서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8개월 전에 60대 중반의 여자환자의 딸이 내게 도움을 청해 왔다.


사연인즉 모친이 당시로부터 약 2년전에 인근 A 대학병원에서 직장암 3기로 진단받고 수술 상처를 최소로 하는 기계를 이용한 최소침습 항문 보존수술을 시행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 직장 연결부위가 붙지 않고 변이 복강 내로 새어 나오게 되어 응급으로 회장루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3기 직장암이라 수술 이후 골반에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병행하여 약 6개월 정도를 치료 받았으며 치료 완료 약 1개월 후에 회장루를 다시 복부로 집어 넣는 복원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방사선 후유증으로 장 유착이 반복되어 8개월 뒤에 다시 개복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당시 골반 부위의 장들은 유착이 심하여 손을 대지 못하고 회장(소장의 세 군데 중 마지막 부위)과 횡행결장을 서로 연결하는 장 우회술만 시행 받았다고 한다.


이후에도 장 유착 증상은 지속되었고 장 우회술을 시행받은 지 6개월 뒤에는 폐 전이가 발생하여 폐 전이 절제 수술도 받았다고 한다. 지속되는 장 유착으로 인한 복통과, 처음 직장암 수술 이후부터 그때까지 반복적으로 지속되어온 심한 항문통증으로 인해 폐 수술을 받은 지 두 달 뒤에 나에게 환자의 딸이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당시 외래에서 처음 환자를 진찰하여 보니 몸무게가 35Kg로 158cm의 키에 과한 체중미달인 상태이었다. 회장루 복원을 받은 이후 그때까지 장 유착이 지속되고 있었는데, 더 큰 문제는 직장암 수술 이후 항문 통증이 반복되어, 외래에서 항문진찰을 하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제대로 배설을 못하며 그로 인해 2차적으로 음식 섭취를 거의 못하고 있는 상태이었다.


이렇게 고통이 심함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더 이상 어떤 치료나 다른 어느 병원에도 가지 않겠다는 것을 딸이 강하게 설득하여 나에게 모시고 왔는데, 그렇게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배설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장루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당시 진찰과 검사 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항문근처 골반에 염증이 많이 동반된 상당히 큰 고름주머니가 애초에 직장 수술 후 변이 새어 나온 항문 부위 근처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지속되는 항문근처 골반염증의 원인은 암 재발도 생각해야 하지만 치료의 우선 순위는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므로 항문근처에 고름을 빼내는 심지를 넣어 염증을 낮추는 치료를 먼저 시작하였다. 물론 이 부위에서 암 세포 조직이 있는지 여부도 동시에 면밀히 조사하였다.


이러한 조치 며칠 뒤 어느 정도 염증이 가라앉는 기미를 보이자 환자에게 이제는 체력을 회복하기 위하여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설득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지금 항문으로 배설하는 것이 힘들고 그 부위에 염증이 아직 많이 남아 있으므로 일단 장루를 만들 것을 적극 권유하였다.


어렵게 설득한 보람이 있었는지, 아니면 항문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맙게도 환자는 이를 받아들여서 장루수술을 시행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전에 받은 우회술이 횡행결장에 이미 연결되어 있었고 에스결장은 이미 처음 직장암 수술에서 많이 제거된 상태이므로 기술적으로는 간단해 보이는 장루수술이지만 어느 부위를 뽑을지 결정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 환자의 횡행결장의 길이가 여유가 좀 있어서 횡행결장의 말단부위를 이용하여 장루를 만들 수 있었다. 이후 환자는 식사량이 늘어 체력을 회복하는 것과 동시에 항문주위 염증이 좋아질 때까지 약 두 달 정도를 입원하고 있었는데 퇴원 당시 몸무게는 입원 때 보다 약 8kg 정도 늘어나 있었다.


더욱이 외래에서 처음 환자를 보았을 때 세상 일에 아무런 의욕도 없고 우울하고 무심한 표정이었는데, 식사를 충분히 잘 하고 점점 체중이 늘어 체력이 생겨나면서 환자 얼굴에 생기가 돌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나타내 보이고 있었다. 또한 얼굴에 웃음을 짓기 시작하고 다른 환자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삶에 대한 의욕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퇴원 후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몸무게는 50kg로 퇴원 후에도 7kg이 더 늘어나 곁에서 가족들이 보기에 직장암으로 진단받기 전 예전의 모습을 되 찾은 것 같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환자들에게는 강한 거부감이 있는 장루술이지만 이것이 이 환자에게 가져다 준 궁극적인 변화는 매우 큰 것이었다. 식사량이 늘어 체중이 원상복귀 되었을 뿐 아니라, 변이 항문으로 지나가지 않음으로 인해 항문 주위 골반염증이 점점 가라앉고 항문을 통한 배변의 고통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이 환자는 이전의 방사선 치료로 인해 골반에 고정되어 있던 소장과 질이 서로 붙어 있던 부위에 염증을 동반하면서 소장과 질 사이에 누공이 생겨, 다시 한번 입원하여 소장 수술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장루술을 만들 때처럼 수술 받는데 자신감이 없다거나 거부감 없이 긍정적으로 수술을 잘 받고 얼마 전에 잘 퇴원하였다.


이와 비슷한 또 다른 경우로 같은 A 대학병원에서 직장암으로 수술 전 방사선 치료를 먼저 받은 30대 초반의 남자환자가 있다. 그는 젊은 나이에 항문을 없애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으로 인해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 A 병원에서 자료를 받아 B 대학병원으로 옮겨 수술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A 병원과 같은 소견으로 항문을 살리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환자는 다시 또 다른 C 대학병원으로 갔는데 마침 그곳에서 항문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수술 상처를 최소로 하는 기계를 이용한 수술을 권유 받고 항문보존 수술과 동시에 회장루 수술을 약 2년 전에 받았다.


직장암 수술 2개월 뒤에 회장루 복원술을 받았는데 회장루 복원 수술 8개월 뒤에 수술부위에서 재발 암이 발생하여 수술 받은 C 병원에서 장루를 만들게 되는 근본적인 재발암 절제 수술이나 장루술에 대한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거부하고 지내다가 환자의 보호자들 손에 이끌려 재발을 발견한지 9개월 뒤에야 나에게 와서 상담을 하게 되었다.


앞의 여자환자와 마찬가지로 처음 진찰 당시 재발암이 항문을 거의 막아 변을 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전혀 음식 섭취를 못하여 몸무게가 직장암 수술 전 보다 약 20kg이상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약물 치료 등을 받으려면 체력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며 환자를 잘 설득하여 장루술을 시행하게 되었다. 역시 이전에 직장암 수술의 범위가 매우 넓은 경우라 이 환자 역시 장루술 자체가 쉽지는 않은 수술이었다.


앞의 여자 환자와 다른 점은 골반에 재발한 암이 있었고 절제가 어려운 상태로 골반에 고정되어 있었으며, 염증은 없었다는 점이다. 이 환자 역시 장루 수술 후 식사량이 많이 늘어 몰라보게 체중이 늘어 애초의 직장암 수술 전 보다 오히려 체중이 더 늘었다고 하였다. 이렇게 체력을 충분히 회복하고 지금 정기적으로 항암약물 치료 중인데 중간의 휴식기에는 여행을 다니면서 지내고 있다.


이상의 두 환자의 경우에서 보듯이 장루란 한편으로는 절망감을 주는 수술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식사를 가능하게 하고 항문 통증을 줄여주며 골반부위에 염증을 가라앉히고 체중을 늘려 체력을 올려주는 순 기능의 역할도 있다.


따라서 장루가 치료, 혹은 체력회복에 필요하다면 처음에 장루술을 환자가 강하게 거부하더라도 그 이점을 잘 설명하고 세심하게 치료를 잘 진행하게 되면 애초의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물론 장루술이 최선이 아니라 차선의 치료일지라도 말이다.


< 건강칼럼 원문보기?http://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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