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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헬스조선 건강칼럼] 세계 암의 날 슬로건 ‘WE CAN. I CAN.’에 담긴 의미 날짜 2017.02.08 14:58
글쓴이 운영자 조회 1568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 황대용 교수

세계 암의 날 슬로건 'WE CAN. I CAN.'에 담긴 의미
-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매년 2월 4일은 ‘세계 암의 날(World Cancer Day)’이다. 이러한 특별한 날을 만든 주 목적은 전 세계적으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아 암에 관해 의논을 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개인이 실제 행동을 취하도록 압력을 넣고, 암에 대한 경각심과 교육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수백만의 암 사망을 막아보자는데 그 취지가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왜, 이날을 ‘세계 암의 날’이라고 지정하였을까? 일부에서는 국제암연맹(UICC)에서 정한 날이라고 말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사실이 아니다.

1999년 2월 유럽과 미국 임상종양학회 임원들이 파리에서 열린 암 치료 국제학회 (IACAT:International Congress on Anti-Cancer Treatment)의 공식 만찬 자리에서 만났다. 이들은 밀레니엄 시대 2000년대를 맞아 다들 축배를 들지만, 암 환자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며 일종의 선언문 형식의 문서를 작성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문서는 암 환자를 보다 잘 돌볼 수 있도록 보장해줄 필요가 있고, 임상진료 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또한 암의 발달과정에 연관된 메커니즘을 좀더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더불어 모든 암 연구(기초, 중계 및 임상연구)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비 모금의 필요성도 언급하였다.

그리고 암 진단 당시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어느 과정에 있든지 암 환자의 존엄성을 지켜줄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무엇이 암 환자와 생존자 모두에게 중요한지에 대해, 의료진이나 정부를 향해 가장 신뢰있게 알려줄 수 있는 환자 지원단체의 역할도 강조했다.

일단 선언문이 작성되자 그들은 프랑스 정부와 유네스코(UNESCO)에 지원을 요청하였다. 당시 유네스코 수장이던 마츠라(Matsuura) 박사는 헌장 내용을 흔쾌히 받아들였으며,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의도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마침내 2000년 2월 4일 엘리제 궁에서 두 수장이 ‘암에 대항한 파리 선언’(Charter of Paris Against Cancer)에 서명을 함으로써 선언문이 채택되었다.

선언문을 구성하는 10개의 조항 중 마지막 조항에 파리 선언에 공식서명을 한 날을 ‘세계 암의 날”(World Cancer Day)로 하기로 했다. 그 후 여러 나라의 정부가 이 문서에 동의하는 서명을 하였고, 이 선언문에 따라 각 나라에서 암 연구치료 계획을 수행하고 있다.

국제 암 기관이나 기구들 역시 이후 파리 선언을 채택했다. 2006년 여름에는 국제 암연맹(UICC)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워싱턴에서 공동으로 연차회의를 개최하여 파리 선언을 채택하였다.

지금은 국제암연맹(UICC)이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WE CAN. I CAN.’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암에 대항하여 긍정적이면서도 수행할 수 있는 것들을 실행하라고 강조하는 내용으로, 암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행동을 취하는 여러 기관들과 더불어 개인의 참여를 독려하자는 의미이다.

즉 ‘WE CAN’과 ‘I CAN’을 서로 독립적으로 홍보할 수도 있고, 같이 붙여서 홍보할 수도 있게 되어 있다.

‘WE CAN. I CAN.’ 이라는 캠페인을 접하니 필자가 2007년 7월 국내 모 홍보회사 대표의 요청으로 호주를 함께 방문하였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 호주는 18세에서 26세까지 맞히는 자궁경부암 백신 관련 캠페인을 하고 있었다. 이 캠페인을 주도한 호주의 홍보회사는 당시 나의 동행을 요청한 국내 홍보회사와 같은 세계 2위의 모 글로벌 홍보회사 소속이었다.

당시 첫 캠페인은 슬로건은 ‘I CAN’ 였다. 이 내용은 평범한 엄마가 등장하여 주사를 맞았다는 내용으로, 예전에 엄마도 맞았으니 나 역시 괜찮겠다는 암시를 주는 것이다. 즉 엄마라는 존재를 빌어서 약제에 대한 믿음을 최대한 주고자 하는 내용이었다. 후속으로 나온 2차 캠페인 슬로건은 ‘I DID’ 이었다. 이 캠페인은 18세부터 26세까지 당시 호주의 유명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을 모델로 한 것이었다. 즉 그들도 주사를 맞았으니 나도 맞을 수 있다는 일종의 동질감 캠페인이었다.

순차적인 캠페인 포스터는 버스와 정류장 등 거리 곳곳에 붙여졌다. 이 캠페인의 성공으로 결국 국가가 이 사업을 주도하게 되었고 비용도 국가가 지불하게끔 만든 사회적 캠페인의 성공 사례이었다.

당시 이 캠페인을 담당했던 호주 홍보회사의 실무대표에게서 그 과정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3차 캠페인을 진행한다면 슬로건으로 ‘I AM’은 어떤지 물어 보았다. 즉 믿음, 동질감 다음은 병에 대한 치료, 즉 완벽히 예방이 되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 생각하여 ‘I AM’ 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굳이 우리 말로 하자면 ‘나는 (주사를 맞아서 병이 없는 상태로) 존재한다(괜찮다)’를 전달하는 메세지랄까?

3번째 캠페인이 내 제안대로 채택이 되면 훗날 필자에게 꼭 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이후 그 백신의 일부 부작용과 효능(나라마다 다른 타입의 바이러스 문제 등) 및 비용에 대한 논란이 있어서인지 아직까지 3번째 캠페인이 진행되었다는 얘기를 듣지는 못 하였다.

무척 오래되었지만 1996년에 자동차 오일에 대해 3단계로 진행한 광고가 생각난다. 자동차에 어떤 오일을 반드시 넣어야 하는 이유로, 처음 멘트는 ‘새 차니까’, 다음은 ‘헌 차니까’ 오일을 넣는다는 광고였다. 3단계는 무엇일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던 광고였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단계는 ‘내 차니까’ 였다.

지금까지 여러 캠페인이나 광고에서 보듯이 나(I)라는 존재는 이 세상 모든 것의 중심이다. 세계 암의 날의 캠페인인 ‘WE CAN. I CAN.’은 나 역시 암에 대해 이런 적극적인 행동에 동참할 수 있고, 내가 여럿 모인 우리(혹은 기관)들이 이에 참여하여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적극적이면서도 긍정적 메시지이다.

<건강칼럼 원문보기 : http://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cidx=152&idx=8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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